인프랩이 서비스와 팀을 바라보는 시선
“구직자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볼 수 있는 플랫폼”
최근에 ‘랠릿’이라는 채용 서비스를 더 확대하신 걸 봤어요. ‘마이 로그’로 나의 여러가지 기록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눈에 띄었는데요. 랠릿을 준비하시면서 요즘같이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하셨는지 궁금해요.
2022년 1월에 처음 랠릿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그 당시엔 크게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채용 시장이 확실히 계속 성장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배달의민족에서 일할 때 배민 이후의 배달 시장을 보면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한 번 정리된 시장에 후발 주자로 들어가서 성공하기는 정말 힘들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채용 시장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기 전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2023년이 되자 채용 시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대부분의 채용 플랫폼은 기업이 돈을 내는 쪽이기 때문에 그쪽이 중심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달랐어요.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교육이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용자의 커리어 성장이 목표죠. 그 기준을 가지고 생각해 보니 채용 플랫폼에서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겠더라고요. 그래서 랠릿의 목표는 단순 채용이 아니라 구직자들의 커리어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작년에 채용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 구직자들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들어 볼 기회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면접 준비, 혹은 심리적으로 위로 받기 위해 GPT를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구직자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최근의 마이로그 같은 기능이에요.
인프랩에서도 채용을 계속하고 계실 텐데요. 개발팀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이 궁금해서 CTO님이 쓰신 인프랩 개발팀의 미션과 가치를 읽어 봤어요. 그중에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아라’라는 내용이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졌어요. 최근 인프랩에서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은 팀 내 사례가 있다면 하나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를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보통 회사들은 디자인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데, 저희는 Mantine이라는 오픈소스를 사용해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사실 이 결정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커리어적으로 약간 애매할 수 있어요. 사내 디자인 시스템을 직접 만드는 것이 커리어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팀과 회사를 위한 선택을 해주었어요.
저희 팀은 이전에 디자인 시스템을 몇 번 직접 구축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두 가지 선택을 고민했죠. 하나는 시니어 디자이너와 시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채용해 다시 직접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잘 만들어진 오픈소스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거였어요. 저희는 후자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업무 효율성이 두 배 이상 올라갔어요.
이런 결정은 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데요. 함께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해결 방법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거예요. 인프랩은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잘 만들고, 제품을 성공시키는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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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트렌드 속에서 일의 본질 가꾸기
요즘 기술 트렌드를 고려할 때 개발자들이 반드시 익히고 있어야 할 중요한 기술이나 도구는 AI와 관련된 것일까요? 인프랩에서는 이런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인프랩은 다른 온라인 강의 플랫폼과 달리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강의 기획을 직접 하고 있지는 않아요. 강의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특정 타겟을 설정하지 않고, 강사님들이 알아서 강의를 올리는 방식이죠. 물론 트렌드에 맞는 주제를 선정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사실 내부적으로 좀 더 제안하는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알잘딱깔센’이라고 해서 부장님 의중이나(웃음) 여러 맥락을 잘 파악해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하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특히 요즘은 AI에게 어떻게 일을 맡길 것인가가 중요해졌고요. 이제는 좋은 질문을 하는 법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요. 그래서 개발팀 구성원들에게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어요. 글로 전달하면 말과 다르게 맥락을 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해서 더 어렵거든요. 대신 그 맥락을 글로 기록하기 때문에 언제든, 누구든 찾아볼 수 있으니 좋아요.
인프랩에서도 AI를 활용해서 앞으로 해외 콘텐츠도 제공하실 계획이 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I 활용을 위해 팀 내부에 ML 팀이 있는지 등이 궁금해요.
지금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개선하고 있어요. AI로 사운드에서 자막을 추출하고, 그 자막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사운드만으로는 ‘ㅐ’와 ‘ㅔ’ 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AI가 문맥을 파악해 이를 보정해요. 그리고 고정된 자막을 가지고 다국어로 번역하거나 더빙하는 작업도 AI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 인프랩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아요. 특히 추천 시스템이 그런데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과거에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강의를 추천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어요. 사용자의 커리어, 경험, 현재 관심사를 파악해 기반으로 추천을 해줄 수도 있고요. 지금도 강의 소개를 읽고 사용자의 과거 강의 이력과 경력을 바탕으로 어떤 강의가 좋을지 추천하는 것도 GPT를 활용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AI가 꽤 적절한 응답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죠. 아직 전담팀은 따로 없지만, 데브옵스 팀과 백엔드 팀이 AI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점진적으로 테스트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어요.
커리어 패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좀 더 실패해도 괜찮다고 봐요.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한 기술 스택을 경험하고,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그 경험이 유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결제 연동 경험이 있는 주니어 개발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제 연동 분야는 이제 기술적으로 많이 진화해서, 토스페이먼츠를 연동하는 것처럼 결제 연동 자체는 쉬워졌어요. 그래서 연동 자체보다는 실제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해 봤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많은 케이스를 고민해야 해요. 예를 들어, 결제 오류가 나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제나 정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이해, 우리 쪽 데이터베이스는 성공인데 PG사에서 오류가 난다거나, 환불 요청이 실패하는 상황 등 까다로운 상황들이 많아요.
토스페이먼츠에서는 환불이 성공했는데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환불 데이터 입력에 실패한 경우, 이런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결정하기 쉽지 않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환불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위해 여러 가지 후속 조치를 생각해야 하죠. 환불 데이터가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제대로 저장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거나, 다음 날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등의 방법이 있겠죠. 또 대사 시스템을 통해 PG사와 우리 테이블의 데이터가 일치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이 결제 시스템 개발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고, 직접 운영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는 정말 소중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예비 개발자나 주니어 개발자에게 추천하실 기술 스택이나 조언이 있으실까요?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취업에 유리한 언어나 기술 스택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요즘 업계의 많은 분들이 백엔드 개발자들에게는 자바와 스프링이 유리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에게는 리액트를 추천하곤 해요. 하지만 스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혼자서 완전한 서비스 하나를 만드는 경험이라고 봐요.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은 많은 예비 개발자나 주니어 개발자들이 효율적인 학습 경로를 찾으려고 해요. 소규모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하면서 스킬을 업그레이드한 뒤에 더 큰 회사로 이동하고, 그다음에 더 큰 회사로 이동하고... 절대 실패를 하지 않을 루트를 촘촘하게 짜는 듯한 트렌드가 있는 거 같아요. 백엔드만 할 거라면서 프론트엔드를 공부하지 않거나 반대의 경우도 많죠. 근데 이렇게 가면 개발자로서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앞서 이야기해 드렸듯이 하나의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어보는 경험을 통해 전체적인 개발 사이클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AWS에 올려보기, 도메인 연결하기, 방화벽 설정하기 등을 배울 수 있죠. 사용하는 언어나 기술 스택은 그보다는 덜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실패해도 괜찮다고 봐요.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한 기술 스택을 경험하고,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그 경험이 유용하기 때문이죠. 개발자에게는 특정 기술의 전문가보다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합니다.
Interview 한주연, 이기문 Edit 한주연 Photo 김세희, 김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