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이것’ 안 해서 부당해고로 신고당했습니다

by 사장님 법률극장

4화. 해고할 때 꼭 챙겨야 할 3가지

S#1. 오늘의 사건 

현재 5인 규모의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규직으로 채용한 디자이너 손비바 때문에 너무 마음이 힘듭니다. 입사 초기 손비바 사원은 동료들에게 정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꼼꼼하게 일을 해내는 모습에 안심하기도 했고요. 문제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나자마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입니다. 

매일 미안한 기색 없이 지각을 하는 것은 물론, 딴짓을 하다가 자주 마감을 놓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계속 마찰을 빚는 중이고요. 그렇다고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닙니다. 어르고 달래며 1개월 정도 보내다가 바로 어제 대놓고 딴짓을 하는 손비바 사원을 보고 폭발해 모든 직원들 앞에서 업무 태도에 대해 질책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듣던 손비바 사원은 동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모욕을 받은 이상,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며 나가버렸습니다. 

속이 아주 편한 건 아니었지만, 손비바가 퇴사를 하는 것이 차라리 잘된 일처럼 느껴져 바로 임금, 수당 등을 정산해 지급하고 퇴사처리를 하려고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손비바 사원은 퇴사 생각이 없다며 내일 다시 출근한다고 합니다. 

S#2. 사장님 고민 

Q. 사직 의사를 밝힌 손비바 사원을 퇴사 처리 해도 되나요?Q. 수습 기간이 지난 손비바 사원을 해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S#3. 사건의 핵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 사직과 해고의 정확한 기준은 무엇인지둘째, 해고 사유는 무엇이고 정당한 해고 절차는 무엇인지

1. 사직과 해고의 개념 차이 

사직과 해고 모두 법적으로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직의 핵심은 근로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와 근로자 간 합의를 통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도,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사를 권고해 근로자가 그만두는 것도 ‘사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사직’과 ‘해고’는 불명확한 지점이 많습니다. 우선 ‘사직’과 밀접한 2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법원은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단 퇴사하겠다’는 근로자들의 말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과격한 의사 표현이지 사직 의사는 아니라고 판정하였습니다. 

사례 2.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피트니스의 인사담당자와 다투다가 ‘이런 식으로 하면 그만두겠다’라고 강력하게 2번 이야기한 것은 항의의 차원이지 사직 의사로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처럼 근로자가 아무리 강력하게 사직 의사를 밝혀도 ‘사직서‘가 없이는 사직 의사로 완벽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실제 법적인 효력도 없고요. 그렇다면 사직서만 있다면 사직이 될까요?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회사의 강요에 의해 사직서를 냈다면 아래 예시처럼 ‘해고’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회사의 요구에 따라 억지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근로자에게 사직 의사가 없었을 경우, 실질적으로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1.1.19. 선고 2005다 51919, 51926 판결, 1993.1.26 선고 91다 38696 판결 등 참조) 

위 예시는 회사의 ‘인사방침’에 따라 사직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해 사직서를 받았던 사건인데요.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 및 해고에 대한 압박 등이 가해져 결국 근로자가 사직서를 썼고, 회사는 바로 퇴직 처리를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이기 때문에 ‘해고’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2.6.14. 선고 2001두11076 판결) 

2. 정당한 해고 요건과 절차 

회사 입장에서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하지 않아도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해고’를 하게 되는데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4조에 따르면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절차를 잘 지켜야 합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사유가 있을 때를 말합니다.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 내용, 행위의 동기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대법원 1002. 6. 1. 선고 2000두8349 판결 등)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회사의 모든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이사와 상무에게 욕설/ 폭행을 해서 회사의 경영질서 및 위계질서를 크게 해친 경우
  • 다른 근로자의 실적(4,150만원)에 비해 해당 근로자의 실적(330만원)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  
  • 회사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 재직 중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겸직금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 금액에 상관없이 회사의 돈을 횡령 또는 배임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 이력서에 학력 및 경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위조해 적은 경우 

위와 같이 근로자에게 해고사유가 없더라도 회사 경영의 필요에 의해 ‘정리해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근로기준법 제24조)이 모두 충족되어야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경영상 긴박한 필요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인정됩니다. 

해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 신규 채용 억제, 고용유지 훈련과 배치전환, 연월차휴가 사용 권장, 임원 임금 삭감, 작업방식 합리화, 일시 휴직 및 희망퇴직 활용 등 해고 범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는 것을 뜻합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발 기준 객관적 합리성을 갖춘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기준을 토대로 공정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성별, 외모, 나이 등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 불공정한 선발기준의 대표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3. 해고의 절차

해고는 사유만큼이나 ‘절차’가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 및 취업 규칙 등에서 마련한 절차대로 해고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step 1. (근로기준법 제 26조) 해고예고 

근로자를 해고하고 싶다면 적어도 30일 전에 사전 예고를 해야 합니다. 이때 해고예고 통지서에는 해고사유와 그 근거, 그리고 해고 일자가 기재되어야 합니다.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면 30일분에 해당하는 급여(해고예고수당)를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아래의 경우에는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A. 연속 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B. 천재지변 혹은 부득이한 사유로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C.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 아래 사유에 해당할 경우

  • 납품업체에게 금품 등을 제공받고 낮은 품질의 제품 혹은 불량품을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경우 
  • 영업용 차량을 임의의 타인에게 대리운전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낸 경우
  • 사업 기밀이나 그 밖의 정보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 등에게 제공해 사업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 허위 사실을 날조해 유포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 영업용 차량 운송 수입금을 부당하게 챙기거나 직위를 활영해 공금을 장기적으로 유용하거나 횡령 또는 배임한 경우 
  • 제품 또는 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 
  • 인사·경리·회계담당이 근로자의 근무상황 실적을 조작하거나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해 사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 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해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 그밖에 사회통념상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step 2. (근로기준법 제 27조) 해고 서면통지

해고를 할 때 해고사유와 해고 일자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 27조에서는 서면 통지가 없을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해고 사전예고를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 서면통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고사유는 근로자가 해고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징계해고라면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내용을 기재해야 합니다. 단순히 취업규칙 제 00조 위반 등으로 적으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S#4. 사건의 해결 

우선 ‘이런 식으로는 일 못한다’라며 나간 손비바 디자이너를 사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사장님은 업무 능력 부족, 근태불량 등으로 손비바 디자이너를 해고하고 싶은 상황으로 보이는데, 해고를 위해서는 정당한 해고사유를 정해 해고 절차를 밝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바로 해고할 수 있는 사유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손비바 디자이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부당해고 신고 자주 일어나는 일인가요?

위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해 ‘해고’를 강행하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느낀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위 표를 통해 2019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 구성을 살펴보면 1만 7천 건의 신고 중 ‘부당해고’ 관련 신고가 무료 76%(약 1만3천 건)에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위 통계자료를 보면 단순 취하건수를 제외한 접수 사건의 65%가 근로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거나, 사업주와 근로자가 일부 합의해 화해하며 종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살펴본 2개의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사업주가 보다 철저하게 법적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 ‘해고’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충 이렇게 내보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부당해고 신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Writer 강혜미

법무법인 별,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공인받은 스타트업 M&A 전문변호사. 13년 동안 1천 개 이상의 기업의 법률(설립, 계약, 인사, 투자, M&A) 자문을 담당했고 현재 법무법인 별의 대표변호사, 법무부, 동작구청 등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dit 공다솜 Graphic 이은호, 임세영

토스페이먼츠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독자분들께 유용한 사업 팁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페이먼츠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페이먼츠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페이먼츠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의견 남기기
사장님 법률극장

사장님이 사업하다 마주칠 수 있는 법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룹니다.